[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KLPGA투어에 입성한 신인과 인터뷰하면 “우승하고 싶고, 골프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게 공통적인 답변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솔직한 답변일지 모르지만 ‘money first(돈이 먼저)’라는 우리 사회의 단면 중 하나다.
작년 7월, 호반 드림투어 2차전 1라운드 때다. A선수의 동전치기가 동반자들에게 적발됐다. 경기위원은 처음 들킨 동전치기를 ‘2벌타’로 끝냈다. 한 홀 건너 A선수의 동전치기가 또 들통 났고 경기위원은 또 다시 2벌타를 부과했다. A선수는 다음 홀에서도 동전치기를 하다 또 들켰다. 경기위원은 또 2벌타를 부과했다. 후반 4홀 중 3홀에서 동전치기가 들켰지만 실격되지 않았다. 중대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피한 A선수는 지난해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올해 KLPGA투어 모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올해 드림투어 개막전에서 ‘셀프’ 스코어 수정도 있었다. 경기를 마친 K선수는 마커인 B선수가 스코어카드에 서명을 하고 넘겨주자 스스로 스코어를 고쳐 경기위원에게 제출하다 들켜 징계를 받았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으로 선과 악을 배운다. 모 선수의 경우처럼 주니어시절 국가상비군을 반납할 정도의 부정행위가 발각됐을 때 그의 부모가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걸 인지시켰다면 더 이상의 부정행위는 없었을 것이다.
부정행위를 목격했다는 선수 또는 부모도 경기위원회 또는 협회에 신고해야 하는데 ‘뒷담화’만 늘어놓는다. 용기를 내 신고를 해도 경기위원회는 물질적 증거를 요구한다.
T선수는 동반자의 부정행위를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혼자 목격한 것이라 증거가 되지 않아 바로 신고하지 않고 다른 동반자에게 사실을 얘기하고 함께 지켜봐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 동반자는 경기가 끝난 후 부정행위 의심자에게 고자질했고 그의 부모는 오히려 부정행위를 밝히려는 선수 부모에게 협박만 받았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부정행위를 목격하고도 신고하길 꺼린다.
강경대처 해야 할 KLPGA 또한 모든 투어에서 부정행위가 비일비재한데도 전면적인 조사는커녕 증거가 없다며 묵살하고 들키면 벌타 또는 실격 등 경미한 징계로 부정행위를 방조한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쏟아지는 물처럼 KLPGA에서 벌어지는 부정행위 제보에 끝이 없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금방 사실로 드러나는데도 협회는 부정행위 근절에 의지가 없어 보인다. 꿀통에 빨대를 꽂고 꿀만 빨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계 ‘넘버 1’을 지향하는 KLPGA는 대회를 개최하려는 후원사는 넘치는데 낄 자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상금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해 선수들에 삶이 풍족해졌다. 하지만 부정행위가 만연한 스포츠에 후원할 기업도 응원해줄 팬심도 없다 걸 선수와 협회 모두 알아야 한다.
‘money first(돈이 먼저)’가 아닌 ‘clean first(깨끗함이 먼저)’다.[4편에서 계속]
최웅선 기자 widesports@naver.com